그러니까 페이쓰북을 통해 무지하게 오래전친구들 한둘을 찾고나니 그들을 통해 또 찾고 또 찾고 하던 요 몇년간, 어저께도 무지하게 오래전 칠레에서 20년도 더 전에 행아웃하던 친구하나가 나를 찾은겁니다. 어제 페북에서 만난 그친구에 대해 추억하는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보니 사람마다 추억하는 부분이 다르다는 사실이죠. 그친구의 지적능력, 미모, 마음씨, 글씨, 목소리가 기억납니다.
그 친구 무지하게 공부 잘했고 (나따위와는 비교도 안될정도로-한살인가 세살때 남미로 이민와서 스페인어 완전 네이티브에 한국말은 잘 못했지만, 그래도 그 나이에 와서 그 정도면 굉장히 잘하는거라 생각했음!) 예쁘기도 굉장히 예뻤으며 (물론 나의 미의 기준에, 동양적,지적인 분위기였고 몸매도 얼굴도 예뻤다는-아무리 애라도 알건 다 알죠 ㅎㅎ) 그애의 달필과 (글씨 기갈나게 씀. 아직도 그 아이의 휘황찬란한 필기채가 기억나고, 그 애의 글씨로 된 성탄카드를 받고 싶네요...) 공부도 진심으로 즐기고 (아 왜그렇게 내 주위엔 공부를 너무 진심으로 즐기는 친구가 그때는 많았는지-은지와 까리나는 대표적인 예임- 그 아이의 공책을 디다 보는게 얼마나 재미있는지 모를겁니다. 왠만한 책보다 더 재미있는 그아이들의 공책. 아름다움과 경이로움 그 자체임) 못하는게 없이 만능인데도 불구하고 더 완벽히 한다고 무슨 인테리어 디자인처럼 도면 그림그려오는 숙제를 하루는 들고 와서, 나는 까스떼자노(국어-스페인어) 도움받고 걔는 그림그리는거 도움받고, 서로 도와주고 진심으로 도와주는걸 즐겼지요. 가르치는걸 진심으로 즐기는 친구였는데 나는 그 친구가 교사가 될거라고 생각했었던것 같습니다. 나중에 커서 뭐가 되고 싶냐,라는 대화도 많이 나눴었고...기억은 잘 안나지만 독립기념일 그림 포스터 그리는거라던가, 그런걸 5분도 안되어 그려주고, 죽기 살기로 읽어야 이해하는 까스떼쟈노 숙제를 순식간에 읽고 이거다, 답을 집어주곤 했는데 무지하게 생산적인 관계였어요 ㅋㅋ 누가 누구 사랑하고 나는 누구 사랑하고 그런 얘기하며 낄낄대고 놀고. (생각해 보면 애들은 나의 뭐를 믿은건지, 나에게 많은것들을 털어놓곤 했었어요. 아마도 비록 애지만, 내 입이 자물통이라는 믿음이 있었나봅니다)그ㅜ런데 그 나이에는 누가 누구 사랑하고 내가 누굴 사랑한다는 얘기는 친밀감의 극치가 되었을때에 행해지는 행위이며, 다행히도 서로 다른사람 모질고 독하게 사랑하고 좋아하니 참 재미있었지요 ㅎㅎ
무지하게 똑똑하고 신앙생활도 잘하고 정말 착하고, 너무너무 참해 참해 그렇게 참한 여자아이가 없었는데 목소리도 기억나요. 학생성가대에 설때 나하고 앨토를 맡아 사람없을땐 둘이서 악을 악을 써서 한 열댓명몫을 카바를 하기도 하고. 그런 추억이 있어요. 그렇게 예쁘고 참해서 어디 주기도 아까운 그런 애가 왜 시집을 간건지, (진짜로 예뻐서 억울하고 아깝기 까지 함) 장대같은 아들이 둘이 있는 사진을 어제 봤답니다. 아들은 한 중2,3학년은 되보이던데. 아무튼간에 좋은 추억만이 많이 있는 그 친구를 서로 다른 공간과 환경에 살다가 만나니 참 기쁜데, 아무리 생각해도 혹시 페이스북은 노벨평화상을 줘야 되는거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나는 그 친구를 참 예쁘게 기억하듯이 그 친구는 나를 아직까지 웃기던 년으로 기억할지도 모를일입니다 ㅎㅎ
아무튼 그 친구한테 올해에는 징징대고 졸라서라도, 그 기갈나게 잘쓰는 필기체의 달필의 글씨로 성탄카드를 받아내고야 말겠다는 나의 결심입니다. |